비 오는 토요일, 나는 왜 광주웨딩박람회에 꽂혔을까? 알짜 관람 가이드
사실 나는 박람회 체질이 아니다. 대형 행사장에만 가면 발바닥이 먼저 아프고, 가끔은 사람 많은 공간에서 숨이 막히기도 한다. 그런데 결혼을 앞둔 친구가 “야, 너 웨딩홀 투어 좀 도와주라!” 하고 반쯤 울먹이듯 부탁하는 바람에, 지난주 비 내리던 토요일 아침, 우산도 챙기지 않고 뛰쳐나왔다. 집을 나서기 전엔 양말이 서로 다른 짝이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이런 사소한 구멍이 길을 열어 줬달까. 어쩐지 마음이 놓여서? 아니, 그냥 귀찮음을 이겨낸 스스로가 기특해서였다.
서현역에서 무궁화호를 갈아타 광주송정에 도착했을 때, 내 머릿속은 “이걸 왜 하자고 했지?”라는 회의감 반, “그래도 새로운 거 보겠지” 하는 설렘 반으로 뒤죽박죽. 기차 창문에 매달린 빗방울이 빠르게 미끄러질 때마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에잇, 괜히 온 거 아냐…?” 그런데 막상 행사장 문을 열자마자 그 살벌한 궁금증이 싸악 사라졌다는 게 함정이다. 음악, 조명, 사람들, 그리고 그 어딘가에 섞여 있던 꽃 냄새. 솔직히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장점·활용법·꿀팁, 라떼는 몰랐던 것
1. 한눈에 보는 집중 견적, 그리고 내 카드 한도와의 평화
보통 웨딩 준비하면,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삼박자를 잡느라 주말마다 서울–광주 간 고속버스를 탄다. 그런데 이 박람회에선 상담 부스 몇 발짝만 옮기면 패키지 견적이 쫘르르 나온다. 나는 숫자 울렁증이 있어서 견적서에 0이 세 개만 넘어가도 숨이 가빠오는데, 여기선 각 업체가 마치 ‘호갱 방지위원회’처럼 친절하게 설명해주더라. 물론 내가 커피를 잔뜩 쏟아 상담용 견적서 모서리를 번지게 하는 작은 사고(?)도 있었지만, 친절한 직원이 “괜찮아요, 두 번째 판 더 깔끔하게 출력해 드릴게요!”라며 위로해 줬다. 어쩐지 따뜻해서, 그날 이후 나는 커피를 조금 덜 붓는다.
2. 체험 존, 손에 묻어나는 리얼
내겐 메이크업 시연에서 눈썹이 둘 다 다른 각도로 그려지는… 흑역사가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 부스에서 헤어 디자이너가 “살짝만 손대면 균형 맞아요”라며 뜨거운 고데기를 들었다. 그때 살짝 움찔했지만, 결과적으로 미니 웨딩 리허설 느낌이 나서 신기했다. 단 하나 아쉬운 건, 왜 내 휴대폰 카메라는 그 영롱함을 담아내지 못했을까? 역시 사람 눈이 최고라는 걸 또 배웠다.
3. 부부동반 할인? 아니, 예비 하객도 가능!
친구 따라 갔을 뿐인데, “동행 할인”이란 말을 듣고 귀가 번쩍. 우리가 부스로 발을 들이기만 해도 일부 패키지가 5% 다운! 덕분에 친구는 예산에서 40만 원가량을 절약했고, 나는 그돈으로 밥을 샀다. (아, 그래서 내 카드 결제 문자 두 개가 더 날아왔구나.)
4. 반짝이는 꿀팁, 메모해 두면 좋을지도?
– 행사장 입구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북 뒤쪽에 쿠폰이 숨어 있다.
– 오전 11시 이전 입장, 웰컴 드링크 바에 줄이 없다.
– 스냅 촬영 업체는 꼭 오후 3시쯤 들를 것. 그때 가장 한가롭다, 체험샷도 더 많다.
– 드레스 피팅용 슬리퍼? 행사장 옆 편의점에서 2,000원에 팔지만, 나는 깜빡하고 맨발 상태로 피팅룸에 들어갔다가 살짝 민망했었다. 😅
단점, 그래도 솔직히 말할래
1. 배고픔은 참아도 갈증은 못 참는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보면 물이 필수다. 나는 물 대신 아메리카노만 세 잔 들이켰다가 속이 부글부글. 행사장 내부엔 자판기가 없어서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 와중에 우산을 잃어버린 건 안 비밀이다.
2. “전세기급” 인파, 정신 차리지 않으면 스치고 지나간다
오후 2시 이후엔 마치 지하철 2호선 퇴근 시간. 친구와 헤어져 낯선 예비 신랑네 커플 사이에 껴서 10분간 떠밀려 다녔다. 순간적으로 ‘나 결혼하나?’ 착각까지.
3. 정보 과부하와 뇌 정지
한 부스에서 좋은 얘기 듣고도 다음 부스에서 “아, 방금 뭔 얘기였죠?” 이렇게 머리가 새하얘지더라. 메모가 생명인데, 난 손에 쥔 볼펜이 잉크가 안 나와서 결국 휴대폰 음성메모로 대충 녹음했다. 결과? 돌아와 듣는데 주변 소음이 너무 커서 못 알아먹었다. 자, 여러분은 꼭 잘 써지는 펜 챙기시길!
FAQ, 나도 궁금했는데 혹시 너도?
Q. 관람 시간은 얼마나 잡아야 여유로울까?
A. 나는 오전 10시에 들어가 오후 5시에 나왔다. 중간에 점심도 먹고, 친구 드레스 피팅까지 했더니 일곱 시간이 훌쩍. 최소 다섯 시간은 잡아야 “어머, 벌써 시간이?” 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Q. 예비부부가 아닌데 가도 할인될까?
A. 나처럼 동행객이어도 행사장마다 ‘동행 할인’이 붙어 있었다. 단, 계약 명의만 예비부부로 넣으면 된다. 물론 너무 뻔뻔하면 안 되니, 적당히 기여도(?)를 보여 주자. 나는 견적 상담 때 메모 요원으로 활약했다.
Q. 사전 예약을 꼭 해야 하나?
A. 현장 등록도 가능하지만, 사전 예약하면 웰컴 기프트가 실하다. 나는 사전 예약을 깜빡해서 작은 쿠키 박스만 받았는데, 옆 친구는 로맨틱 캔들 세트를 챙겼다. 아직도 그 향이 부럽다.
Q. 주차, 어렵지 않을까?
A. 주말이 고비다. 지하 주차장은 금세 꽉 찬다. 나는 비 오는 날이라 대중교통을 탔더니 우산을 잃어버렸고… 그래도 나중에 택시 탈 때는 마음이 편했다. 차 끌고 왔다면, 아마 전시장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 초조해졌을지도.
Q. 본식 계약까지 한 번에 끝내도 되나?
A. 솔직히 말해, 현장 할인은 달콤하다. 하지만 나는 하루 만에 결정하면 뒤늦게 후회하는 타입. 그래서 견적만 받고 일주일 뒤에 비교 후 계약했다. 다행히 박람회 할인은 유효 기간이 넉넉해서, 마음의 평화를 지켰다.
자, 당신이라면 어떨까? 갑작스레 비 내리는 토요일,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신고도 새로운 공간에서 눈을 반짝이는 그 기분. 웨딩 준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마 이 ‘함께 설레는’ 과정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혹시 다음 주말에 시간이 비어 있다면, 아니 그냥 비가 올 것 같다면, 슬쩍 들러보는 건 어떨까? 작은 실수쯤은 웃으며 넘겨도 좋을 만큼, 마음이 꽤나 넉넉해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