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예비신부의 설렘이 머무는 곳 — 서울웨딩박람회 현장 기록
“결혼 준비? 생각만 해도 어지럽다.” 조금 과장해 보이지만, 지난달 내 일기장에 실제로 적혀 있던 문장이다. 카페에서 예식장 견적표를 펼치다 커피를 쏟은 그날, 달콤한 라떼 냄새와 함께 내 예산표도 녹아내렸다. 당황한 채 집으로 뛰어들어와 검색창에 적어 본 단어, 바로 서울웨딩박람회. 이름만 들어도 뭔가 거대한 정보의 장이 펼쳐질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박람회’라는 세 글자가 유난히 반짝였고, 나는 주저 없이 사전 등록 버튼을 눌렀다. 순간 “에라 모르겠다, 직접 부딪혀 보는 수밖에!” 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며칠 뒤, 지하철 3호선 약간의 지옥철 냄새를 견디며 학여울역에 내렸다. 우연히 신발끈이 풀려 헐레벌떡 묶고 있는데, 바로 옆 커플의 “우리도 내년엔 결혼하자” 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순간 심장이 두근, “그래, 오늘 난 정보를 싹 쓸어갈 거야”라며 속으로 다짐했다. 😅
장점·활용법·꿀팁
1) 내가 직접 느낀 빛나는 장점
전시장 문이 열리자마자 터져 나온 환한 조명, 그리고 셀 수 없는 부스들. 하지만 그보다도 가장 먼저 느낀 건 “한자리에서 모든 분야 전문가를 만날 수 있다”는 편안함이었다.
• 예식장 투어 : 평소엔 예약해야 겨우 둘러볼 수 있는 호텔·컨벤션 홀 담당자들이, 이곳에선 내 이름조차 묻기 전에 샘플 영상을 틀어 준다. ‘와, 이렇게 친절해도 되나?’ 싶을 정도.
• 드레스 피팅권 : 현장에서 바로 피팅 일정을 잡으면 피팅비 무료라는 말에 혹해, 나도 모르게 계약서를 받아 왔다. 집에 와서 보니 날짜를 하루 잘못 적어 놔서 다시 수정했지만, 뭐 어때. 저렴하면 OK!
• 업체 간 경쟁 덕분에 할인 : 같은 예물이라도 가격이 천차만별. 덕분에 흥정 스킬이 없던 나도, “저 부스에선 10% 더 깎아주신대요?”라며 살짝 미소를 띠고 말할 수 있었다.
2) 활용법: 나만의 생존 루트
사실 처음엔 ‘부스가 너무 많아 길을 잃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준비한 세 가지 루트.
- 지도 스냅샷 : 입구에서 배포하는 종이 지도를 폰으로 찍어둠. 손에 들고 다니다 잃어버리는 건 내 특기라서.
- 질문 리스트 메모 : ‘식대에 부가세 포함인가요?’, ‘계약금은 얼마?’ 등등. 머릿속으로만 기억하면 분명 깜빡한다.
- 스티커 라벨 : 마음에 드는 부스명에 바로 붙여 두면, 나중에 사진 보며 기억이 살아난다. 귀여움은 덤.
이 루트를 따라다니니 부스가 아무리 복잡해도 나는 “동선을 지배하는 자!”가 된 기분.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박람회에 갈 예정이라면, 지도를 찍어 두는 습관부터 들여 보길?
단점
1) 조금은 아쉬웠던 순간들
• 과잉 정보의 홍수 : 솔직히 말해, 각 부스마다 ‘지금 계약하면~’ 멘트를 외치니 귀가 멍멍해졌다. “이 정도면 프로모션 폭탄이 아니라 핵폭탄”이라고 투덜거렸다.
• 시간 압박 : 오후 3시 이후엔 인파가 몰려, 인기 부스 앞에서 대기표를 받기도. 발목이 쿡쿡 쑤셔 결국 벤치에 주저앉아 파스 냄새를 풍겼다.
• 계약 유혹 : 현장 할인에 혹해 바로 계약하면, 뒤늦게 더 저렴한 견적을 발견했을 때의 그 멘붕감… 경험담이다. 나중에 “에이, 5만 원 차이면 괜찮지”라고 위로했지만, 솔직히 조금 쓰렸다.
FAQ
Q1. 언제 가야 사람 덜 붐비나요?
A. 오전 11시 오픈 직후가 답이다. 그때는 스텝들도 여유 있어서 질문 세례를 퍼부어도 웃어준다. 오후 4시 넘어가면 발 디딜 틈 없다.
Q2. 예산을 어떻게 잡았나요?
A. 나만의 방식은 “상한선 먼저 정하기”. 예를 들어 식대·스냅·드레스 전부 포함 총액 3천만 원 이내라고 적어두고,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세 번 확인했다. 그리고 저녁에 노트북 열어 엑셀에 다시 입력, ‘지출 대비 만족감’ 별점도 매겼다. 과하냐고? 하지만 덕분에 커피값 정도는 아꼈다.
Q3. 혼자 가도 괜찮나요?
A. 가능하다. 나도 첫날은 친구 약속 펑크로 혼자 갔었다. 오히려 “누구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내 직감만 믿어 부스를 돌아봤다. 단, 피팅 체험 사진 찍어 줄 사람은 달라 붙어 주는 스텝에게 부탁해야 한다. 민망? 조금. 그러나 영원히 남을 사진이니 용감해질 것.
Q4. 준비물은?
A. 편한 신발, 에코백, 보조 배터리, 그리고 마음의 여유. 팸플릿이 한가득이라 어깨가 곧 비명을 지를 테니까.
Q5. 현장 이벤트, 믿어도 될까요?
A. 경품은 운, 할인은 비교. 나 역시 즉석 추첨에서 호텔 숙박권 당첨됐지만, 유효기간이 두 달이라 결국 쓰지 못했다. 흑.
마지막 한 줄 토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무릎 위로 쏟아진 팸플릿을 정리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두 사람이지만, 준비는 수많은 도움 속에서 완성된다.” 때로는 군더더기 같은 정보도 있었지만, 그만큼 선택지가 넓어졌기에 결국 나는 안도할 수 있었다. 그러니 갔다 오면 지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의 한 번뿐인 날을 위한 탐험이라 생각하면, 피곤 역시 달콤한 기념품이 된다. 당신도 박람회장 어딘가에서 흘끗 내 기록을 떠올리며 웃음 짓길 바란다. 그리고 혹시… 커피는 꼭 뚜껑 닫고 들고 다니자, 우리.